북, 임진각 등 삐라 살포지역 '조준사격' 위협... 삐라위력 증명
단순한 종이전단...1달러 지폐, CD, USB, GPS추적기 등 진화

탈북자들과 민간단체에서 북한을 향해 살포하는 있는 대북삐라와 관련, 북한당국이 대남매체를 통해 '대북심리전 발원지를 조준 격파 사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대북삐라의 위력과 파급효과가 김정일체제를 위협하는 심리전의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 2월27일 남측에서 보내지는 대북전단과 생필품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고,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은 이날 오전 남측수석대표에게 보낸 대남 전화통지문에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남측이 심리전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런 행위가 계속된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북) 군대의 직접 조준 격파 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물론 북한의 위협은 지난해 5월24일에도 이와 유사했고, 2008년 10월28일 남북군사회담 북측대변인의 '단호한 실천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 등에서도 찾아 볼수 있지만,'자위권수호' 라는 격렬한 반응은 삐라의 위력이 그만큼 북한정권에 타격을 주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결국 대북삐라가 어느새 모르게 북한사회 내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고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북한당국 입장에서는 그 영향력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형편이 된 것이다.
남북간의 '소리없는 폭탄'으로 불리우는 삐라는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도 고성 DMG박물관에 따르면 전쟁동안 뿌려진 유엔군의 삐라가 660여종으로 약 25억장, 북한쪽의 대남삐라는 370여종으로 약 3억장 정도를 살포한 것으로 관측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사흘 후, 미 극동사령부는 B-29 비행기를 통해 남한군인들에게 항전할 것을 촉구하고 유엔과 우방들이 한국을 도울 것이라는 내용의 1200만장의 삐라를 살포했다. 피란을 떠나지 못한 남한주민들이 삐라를 처음 보며 유엔과 우방들이 남한을 돕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7월17일 처음으로 북한군을 대상으로 '낙하산 뉴스'라는 제목으로 연합군이 서울을 탈환했다는 맥아더총사령부 이름의 삐라가 살포됐다.
이후 남북은 정전이 된 후에도 삐라를 살포했고, 김대중정부가 들어서고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000년 4월 '삐라 살포를 중지해 달라'는 북한의 요청으로 이를 중단하게 된다. 또 6.25전쟁이 끝난 1962년부터 FM방식으로 송출된 대북라디오방송도 2004년 6월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42년간의 방송이 막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3.26천안함 사태가 발발하며 방송이 중단된 지 6년만인 2010년 5월24일 대북심리전방송이 재개됐고, 대북전단지 살포도 재개된 것이다.
이에반해 민간단체의 경우, 정부나 군 차원의 삐라살포와 휴전선 대북방송은 2004년을 기점으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재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탈북자들과 민간단체들이 주축이 된 대북삐라 살포인 소위 '자유풍선날리기'는 2004년 상호간의 비방을 금지한다는 남북간의 장성급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남측의 대북 삐라 살포 단체는 여러 곳이 알려져 있지만 그 대표적인 인물은 2000년 남한으로 입국한 탈북자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씨와 1995년 탈북한 기독교탈북인연합회 이민복 대북풍선선교단장으로 압축이 된다.
이들은 2004년부터 1년에 10여차례 이상 강화도,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임진각 등에서 헬륨이나 수소 애드벌룬을 통해 삐라를 북측에 보내왔다.
정부당국이 삐라살포를 엄단했던 시기에는 민통선 지역에서 삐라를 날리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짜며 날리기도 했다. 강화도 지역의 경우, 강화대교 인근에서 수소를 공급받고, 승합차에 어린이들이 포함된 가족들이 함께 탑승해 민통선 지역에 있는 교회에서 ‘탈북자가족돕기행사를 한다’며 검문을 통과해 삐라를 살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특히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아 대규모로 삐라를 보냈고, 백령도에서도 삐라를 날려보내기도 했다.
이들이 북한에 보낸 삐라의 내용은 김일성 김정일 북한정권의 왜곡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실규명과 사실관계 등을 초기에 살포했다. 6.25가 남한정부에 의한 북침전쟁이 아니라 김일성에 의한 남침전쟁이라는 사실, 김정일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 김정일의 가계도, 김정일의 기쁨조 운영과 독재체제 비판 등이 서술됐다.
특히 북한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김정일의 소위 '가계도'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김정일의 ‘여인’들과 자식들의 관계를 묘사했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인민의 피와 눈물을 착취해 부귀영화를 누렸다”, “고난의 행군으로 인민들이 굶어죽을 때에도 진수성찬을 차려먹었다” 등을 서술하고 있다. 이와함께 북한 주민들에게 “앉아서 굶어죽지 말고 투쟁하라. 모두가 떨쳐나서 반인민적 세습군사독재를 타도하자”고 외치고, 노동당 간부들에겐 “김정일에게 충성하지 말고 인민과 자신에게 충성하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삐라살포는 사실 날짜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바람에 의해 북녘으로 삐라가 날려가기 때문에 살포하는 날을 못박기는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김정일의 생일인 2월16일과 김일성의 생일인 4월15일 등 북한정권이 중요시 여기는 날짜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살포된다.
길이 12m나 10m 폭 2m의 애드벌룬 안에 헬륨이나 수소가스를 주입한 후 삐라를 담은 부대를 2-3개씩 매달고 공중에 띄운다. 타이머 장치가 작동하면서 하나씩 터지고 애드벌룬이 가벼워지면서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 타이머는 옛날 가정에서 많이 쓰이던 선풍기의 타이머를 연상하는 방식과 일정 시간이 되면 화학액체에 의해 금속이 부식되며 삐라뭉치를 동여맨 금속이 끊어지며 살포되는 두가지 방식이 쓰여지고 있다.
현재 통용화 된 이 방식은 초기에는 기술력의 부족으로 원하는 위치까지 상승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되돌아오거나 중간에서 터져버려 당사자들을 당혹 하게 하기도 했다.
특히 2007년에는 북쪽으로 보낸 삐라가 한강둔치와 청와대 앞마당에 떨어지는 웃지못할 사태가 발생해 박상학씨가 국정원과 경찰에 호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남북간의 삐라살포 중지라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2004년부터 민간단체에서 북한으로 삐라를 날려보내, 이후 지금까지 뿌려진 삐라는 민간단체에서 총 3000여만장으로 집계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인 양도 눈길을 모으지만, 내용에서도 나날이 IT와 접목되며 북한주민들의 실생활과 연계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단순히 삐라를 보내는 형태에서 새로운 형태의 삐라 형식이 등장했다. 100장에 1장 꼴로 삐라 안에 1달러나 중국 돈 5위안 혹은 10위안을 넣기 시작하며 북한주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박상학씨는 실향민단체인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안보강연회나 각종 시국강연회를 통해 “삐라에서 돈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이 산과 들판으로 전단지를 찾으러 다닌다”며 “돈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며 1달러면 북한 주민이 한 달을 먹고살 수 있는 돈”이라고 삐라의 위력을 밝히기도 했다.
초기 삐라가 자극적인 문구와 흑백 그림이 인쇄된 손바닥 크기의 종이였다면 지금의 삐라는 IT와 접목돼 'DVD삐라'로 변신했다.
2007년부터는 삐라에 북한의 공개처형 장면 등이 첨가됐고, 2008년에는 70g에 불과한 소형 라디오와 북한화폐까지 동봉해 삐라를 보냈다.
이민복씨의 경우, 지난 2010년 2월부터 날려보낸 'DVD삐라'는 총 400여장으로 고가의 GPS추적기까지 장착해 삐라 도착지도 알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DVD플레이어가 보급된 평양을 중심으로 김정일의 호화생활과 남북한을 비교한 영상물이 삐라를 통해 은연중에 상영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소리없는 폭탄', ‘종이폭탄’으로 일컬어지는 삐라의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야권은 줄곧 삐라가 남북 간 대화를 방해한다며 남북경색의 원인으로 ‘무단투기죄, 환경오염죄, 평화위협죄’ 등을 물어 삐라살포 중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16일 임진각 망배단에서 북한의 3대세습과 주민인권을 위한 풍선을 날린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도 2008년 12월 당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탈북자 단체 대표를 만나 대북삐라 살포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이장단협의회가 임진각에서 대북삐라날리기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반해 삐라날리기를 진행하고 있는 탈북자들과 민간단체들은 대북삐라가 아랍과 북아프리카 등 독재정권이 차례대로 무너지는 진실을 북한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창구이며, 북한이 날조한 김일성 김정일 독재정권의 실체를 보여주는 유일한 매개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북한이 삐라가 살포되면 조선중앙방송이나 군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여러차례에 걸쳐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지난 1월에는 황해도 사리원에서 삐라를 돌려본 주민과 보위부 간부 등 2명이 주민 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처형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북한정권의 체제수호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